'춘희'와 '은기'.
'춘희'(고두심)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물질을 하며 평생을 해녀로 살아왔다.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자식 넷 중에 셋을 가슴에 묻은 아픈 기억이 있다. 해녀로 일하며 이따금 '옥동'(김혜자)과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도 하며 동네 사람들을 여러모로 살핀다. 전형적인 인심 좋은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이다. 지금은 사십 대의 막내아들 '만수'만 남았고, 만수는 착하고 예쁜 아내 '해선'(민지아)를 만나 손녀 '은기'(기소유)를 낳고 목포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속 썩이던 막내아들이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싶다. 박복한 팔자에 그래도 노년에는 손녀 재롱을 낙으로 평안한 가 싶었다.
춘희의 아들, 만수의 가족.
"은기야, 내년 봄에 꽃 필 때,
제주 내려가면 아빠가 어디 데려간댔지?"
"달 백 개 있는 데."
"그 백 개의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아빠가 뭐라 그랬어?"
"백 개의 소원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고."
화목한 만수네 가족의 모습이 비친다. 목포에 살고 있는 만수네는 제주로 내려갈 계획을 가진 듯하다. 아빠의 말을 들은 어린 은기는 한껏 들떠 보인다. 돌고래가 보고 싶고, 제주에 있는 춘희 할머니도 보고 싶은 은기는 제주가 좋은가 보다. 딸과 아빠의 대화에서 '달 백 개가 있는 곳'이 나오는데,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의 귀여운 허풍이라고 생각되지만, 은기는 아빠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설마... 손 서방 사고 나 다친 거,
네 시어머니한테 말 안 했어?"
"어떻게 얘기해... 아버님, 만수 씨 형제들.
어머니 혼자 두고 다 죽었는데...
평생 정신 못 차리고 속 썩이다
간신히 철든 막내아들 그거 하나 남았는데...
그 자식이,
사고가 나서 한 달 넘게 안 깨어난다고...
내가 어떻게 어머니한테 말을 하냐고, 어떻게..."
단란한 만수네 가족에 불행이 찾아왔다. 트럭을 운전하던 만수는 사고를 당했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아내인 해선은 만수를 대신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해선은 마지막 하나 남은 아들마저 떠나보낼 수도 있다는 잔인한 말을 시어머니에게 도저히 할 수가 없다.
할머니와 함께 있게 된 은기.
"딱 2주만 있다가
은기 데려갈게요. 어머니..."
이렇게 된 사정으로, 해선은 제주로 내려가 춘희에게 은기를 잠시 맡기게 된다. 물론 남편은 멀리 일하러 갔다고 숨기고, 제주로 이주해 오기 전에 돈을 조금 더 벌고 싶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춘희와 옥동은 열심히 사는 며느리를 기특하게 생각하고 은기를 맡아주기로 한다. 적적하던 할머니들께 귀여운 동거인이 생겼다.
"넌 뭘 먹을 거니, 대체"
은기와 춘희의 동거는 영화 '집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생선 대가리가 둥둥 떠다니는 국을 못 먹겠다고 투정하는 은기... 근데 생선국의 비주얼이 조금 그렇긴 하다... 투닥투닥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이 익살스러운 장면들이 많다.
"뭐 가지잰?(뭐 가질래?)"
(은기가 지폐 중에 5만 원짜리를 빼든다.)
"어쭈? 이야...(동석의 웃음)"
"감사합니다~"
은기는 여섯 살 꼬마답게 야무지게 떼쓰고 아빠 친구들 덕에 무등도 타고, 부수입도 챙기고(?)... 보고 싶었던 돌고래도 보러 가는 등 나름대로 즐거운 제주 생활을 즐긴다. 이 에피소드에서 은기는 존재감이 제대로다. 너무 귀엽다.
그런데 은기가 제주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남의 일에 참 관심이 많으신 분들 덕에 여기저기서 안 좋은 말들이 생긴다. 며느리가 바람이 나서 아이를 맡겼다는 둥... 아이를 버렸다는 둥... 뭐 그런... 춘희도 이런 말을 듣고 역정을 내긴 하지만, 내심 걱정이 들긴 한다. 며느리는 춘희의 전화도 안 받고, 알아보니 며느리가 일하고 있다던 마트도 그만뒀단다...
아들의 사고를 알게 되는 춘희.
"너 아빠... 병원 이시냐?(있어?)"
이 와중에 은기가 또래 친구와 놀던 중에 아빠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버린다. '옥동'이 이를 듣고 있었고, 춘희와 옥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춘희는 아들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목포로 간다...
"엊그제 패혈증 고비가 왔는데도
잘 이겨냈고요...
곧 깨어날 거예요."
"그건... 의사 말이라... 너 말이라?..."
"..."
"너 말이구나이..."
아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 사고 직후부터 쭉 의식이 없다고 하고, 해선의 표정을 보면 절망적인 상황인 것 같다... ('만수' 캐릭터를 연기한 '김정환' 배우는 '고두심' 배우의 실제 아들이라고 한다.)
"의사가 허잰대로 허라,
입하고 코에 낀 명줄 떼자고 허믄 떼라이...
괜히 돈 들고 몸 고생 말고."
"어머니..."
"은기도 데려갈 생각 말라이."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애써 괜찮은 척 덤덤하다... 하루 자고 가시라는 며느리의 말에도 춘희는 한사코 제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병원 앞에서 며느리에게 통장을 건네며 이런 말들을 한다... 가망 없는 아들이라면, 춘희는 착한 며느리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보인다. 정말 속 깊은 고부지간이다... 택시를 타고 그제야 춘희는 무너지며 오열하고, 멀찍이 보이는 해선도 고개를 떨군다...
백 개의 달이 뜨는 제주 앞바다.
"느네 아방은 거짓말쟁이라!
병원서 못 나올 거여."
만수의 상태를 보고 온 뒤, 춘희와 옥동은 절망에 빠진다. 이들의 마음처럼 제주에는 폭우가 쏟아진다... 옥동 할머니의 돌탑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옥동은 만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돌탑을 쌓아 올렸는데, 만수의 상태를 전해 듣고는 돌탑을 쳐서 무너뜨려 버린다... 그리고는 서럽게 울다가 돌아가 탑을 다시 쌓아 올린다...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의 모습일 것 같다. 이렇게 팔자를 원망하다가도 자식 생각에 또 기도하며 돌탑을 쌓아 올리겠지... 고두심, 김혜자 배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신파적 장면들을 볼 수 있지만, 김혜자, 고두심 배우라면 다르지. 이들의 연기를 보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한국 사람이 있을까.
"뭔 짓인지..."
"길가 돌멩이한티도 빌고...
괜히 검은 바당 보고도 비는디...
'등' 보고 못 빌 건 뭐라."
아빠가 병원에서 못 나올 거라고 하는 할머니의 말에 은기는 단식투쟁(?)에 들어간다. 춘희는 어떻게 하면 밥을 먹겠냐고 은기를 달래는데, 처음 아빠와의 대화에서처럼 '달이 백 개 뜨는 곳'에 가자고 한다. 은기는 거기서 아빠가 낫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겠다고 말한다... 춘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정준'(김우빈)과 '은희'(이정은)와 같은 젊은이들이 바빠진다. 곧 비가 그치고, 춘희와 은기, 옥동과 은희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로 간다. 차에서 내려,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아빠... 아프지 마세요."
탁 트인 제주 앞바다가 보인다. 깜깜한 밤바다에서 곧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불빛들이 마법처럼 생겨난다... 춘희의 연락에 배들이 제주 앞바다에 띄워져 그 배들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마치 수많은 달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빠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은기가 울면서 기도를 하자, 어른들도 함께 은기아빠를 위해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후에 춘희와 옥동이 은기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함께 보는 장면이 있다. 만수는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회복한 것 같다. 제주 앞바다에 백 개의 달이 뜬 날, 그 간절한 기도가 기적을 만든 것이었을지도.
"할머니! 내가 맞았지?
아빠 살았지?
할머니가 틀렸지?
은기가 맞았지?"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 그리고 '인권'(최영준)과 '호식'(박지환)
'영옥'(한지민)과 '정준'(김우빈) 그리고 '영희'(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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